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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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1-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인격
유명 추리소설 작가 가브리엘 웰즈그는 아침에 일어나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른 것을 느낍니다. 병원을 찾은 그는 대기석 맞은 편에 앉은 편두통을 앓는 여인과 대화를 나눕니다.가브리엘 : 나는 후각 손실 때문에 왔어요. 냄새를 지각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병 있잖아요. 여인 : 에이, 그게 아닌데요...웰즈는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이 확신에 찬 말을 내뱉는다는 게 참 기가막혔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도 자신의 증상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죠.온 몸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추위도 더위도, 바늘에 손이 찔렸을 때 따끔거리는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은 완전한 무감각의 상태. 그렇습니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소설은 이 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그가 병원에서 마주친 여인은 ..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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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딜레마」 케이티 키퍼 - 인류가 동물 복지에 힘써야 하는 현실적 이유.
우리는 지금 질 좋은 고기를 매우 쉽고 간편하게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육식과 축산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각 측의 대립은 굉장히 팽배합니다. 채식주의를 전파하는 비건과, 채식주의자들의 윤리의식의 모순을 꼬집는 이들의 입장차이는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분별하기 힘들만큼 저마다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류를 해석하는 데 있어, 이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현 인류의 육류 산업의 문제점을 조명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티 키퍼의 육식의 딜레마 (원제 "What's the matter with meat?") 채식이 아닌, 굳이 육식을 언급한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저자를 채식주의자로 오해할 법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예단입니다. 저자는 결코 채식주의자가..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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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완벽 리뷰! 헤르만 헤세 - 우리가 끊임 없이 의심해야 하는 이유.
청소년 권장 도서 목록 1순위인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 읽었던 그 이야기가 가물가물해질 즈음 다시금 읽어보면 전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으며 두고두고 회자되곤 하는 소설입니다. 1919년 당시 헤르만은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발간하는 것을 꺼려했기에 소설의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 라는 이름으로 책을 발간합니다. 이는 당시 독일이었음에도 군국주의와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경향이 강했던 탓이었기 때문이란 말이 있습니다. 당시 데미안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고 모두가 싱클레어라는 무명작가의 정체를 궁금해했습니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이미 저명한 작가였기에 그의 문체로 인해 '싱클레어'의 정체가 금방 발각 되었고, 1920년 부터는 에밀 싱클레어가 아닌 헤르만 헤세 본인의 명의로 책이 발..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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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혼자가 혼자에게」혼자여도 괜찮은 이유, 혼자가 더 좋은 이유
처음 서점에서 이 소설을 봤을 때,발간된지가 꽤 된 소설이라 에세이 코너에 'ㅎ'자 제목의 여러 소설들과 한 대 나란히 몸을 맞대고 있던 이 소설이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제목에 연이어 쓰여진 '혼자'라는 두 글자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외식을 하고, 혼자 카페에서 글을 쓰고, 혼자 서점에 들러서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다른 여느 책들을 구매할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좀 더 가벼웠다고나 할까요?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방 한 켠에 두었다가 적적한 늦은 오후나 일이 없는 주말에 우연찮게 시선이 갔을 때나 종종 다시 펴보는 그런 책이면 그걸로 됐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마치 일상에 혼자서 영위하는 것들처럼, 매번 스스로 내는 과제 같았던 독서의 무게보다, 잠시 손거울을 들여다 보며..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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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의 가장 보통스러운 사랑의 해답
알랭 드 보통 저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책의 저자소개란을 보면서 그가 3개 국어(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다는 사실보다, 그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이 소설을 무려 23살에 썼다라는 이력에 입이 벌어졌습니다. 그의 존재가 그의 어머니 친구 자제분들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을 지 가늠조차 되지 않네요. 리뷰에 앞서 책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수집하는 중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의 분류가 소설과 에세이로 혼재 돼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나 그게 그것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뭐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진정한 독서광이라면, 소설이든 에세이든 상관없이 그저 '흥미로우면' 읽습니다. 그 뿐입니다. ..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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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문학이 죽음을 소재로 다루는 방법
그녀가 공항에서 마약소지혐의로 체포된 이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한국의 김영하 작가가 자신의 소설 제목으로 인용합니다. 그 소설이 바로 그 유명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입니다. 이 소설에는 제목 뿐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 묘사를 아주 심플하고 세련되게 대체하고 있는 여러 미술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소설에는 삽입된 그림이 없으니 이번 포스팅을 통해 미리 어떤 그림인지 알고서 소설을 감상하면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 1. 마라의 죽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는 소설이 처음 발간 되었을 때는 책 표지가 바로 이 명화로 돼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특히나 책 제목 탓에) 욕조에서 손목을 그은 다음 열심히 유서를 쓰고서 최후를 맞이..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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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SF소설계 전설 테드 창이 독자와 교신하는 방법
당신 인생의 이야기 저자 : 테드 창(Ted Chiang) ▼▼이 사람 입니다.▼▼ 네뷸러 상을 밥먹듯이 타는 사람이기도 하죠. 낫닝겐 네뷸러 상이란?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에서 매년 최고의 SF 작품에 대해 시상하는 상으로, SF 부문에서 휴고상과 함께 가장 잘 알려진 상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라는 소설집은 총 8편의 중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번 포스트는 그 중에서도, 2016년 개봉한 영화 컨택트(Arrival)의 원작 단편 소설인 '네 인생의 이야기'에 대한 리뷰입니다 :) 어느 날 갑자기 세게 각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UFO)가 홀현히 등장합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그 비행물체가 영화보다 훨씬 작게 묘사되며, 우주선이 아닌 '체경(거울)' 이라고 하는 일종의 화상통신장치..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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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일목요연 핵심 정리!
밀란 쿤데라 - 1929년 4월 1일 체코 출생 민음사에서 번역된 책들의 저자는 대부분 죽었지만,,, 이분은 아직 살아계십니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89년에 개봉한 영화 '프라하의 봄'의 원작 소설입니다. 나름 웰메이드 영화라는 평판과 함께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본 원작자 밀란쿤데라는 다시는 내 소설 영화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영화 내용이 소설에 나오는 얘기로 구성 돼 있긴 한데, 같은 말이라도 '아!' 라고 하는 것과 '아...' 라고 하는 것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아마도 이해하지 못한 감독은 해석의 다양성을 빙자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말하지면 이런 겁니다. 영화 이티를 이런 외계인이 나와서 손가락을 맞추는 게..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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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 「페스트」 오늘날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페스트(흑사병) 흑사병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 옮겨져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 아마 저는, 페스트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박진감 넘치는 의학 스릴러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영화 아웃브레이크처럼 말이죠. 제목을 보고 소중한 사람들이 페스트라는 무서운 전염병에 감염되어서, 그들을 구해내기 위해 혈청을 연구하고 갖은 노력 끝에 결국엔 그들을 살려내는 휴먼 드라마를 쉬이 떠올렸고, 그렇게 저는 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봤는지도 모릅니다. 저자가 알베르 카뮈라는 것을 조금 뒤늦게 확인했을 때 알아차릴 법도 했는데, 그 순간에도 저는 "까뮈가 이런 것도 썼어?"라는 의아함과 기대감으로 한 줄 한 줄 텍스트를 읽어 나갔습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무게..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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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우리가 살면서 '프란츠 카프카'를 떠올리는 이유.
한국 힙합의 대부, P-type의 곡 "Do the Right Rap"의 가사 중 이런 대목이 있어요. 카프카는 예견 했었지. 이 바닥 존경심. 아마도 신과 병Sin 오가는 단순 변심. '그레고르'도 '변신' 뒤에 느꼈다네 P-type - Do the Right Rap 가사 中 위 가사에서 나오는 그레고르가 바로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입니다. 소설 '변신'으로 하여금 당시를 비롯해 100년 후의 '이 바닥 존경심'을 예견한, 위대한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그는 1883년 7월 3일에 현재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에서 유대인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잡화 도매상으로 자수성가한 그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빈틈없는 사람이었으며 상인으로서 재능이 보이지 않는 카프카를..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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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 과연 무저항은 죄였을까?
요조 라는 이름의 뜻을 궁금해 하는 사람을 별로 없을 겁니다. 모두가 그 뜻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아한 그녀의 모습과 수수한 목소리를 들으면 아주 자연스레 '요조숙녀'란 단어가 떠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녀가 직접 밝히길, 요조라는 예명은 요조숙녀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 민폐의 끝판왕인 '오오바 요조(남자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오오바 요조는 ▼▼▼▼ 바로 이사람 ▼▼▼▼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페르소나입니다. 본명 : 쓰시마 슈지. 1909년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에서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난 그는, 39년의 길지 않은 생애에서 5번의 자살시도를 했고, 결국 그 5번째 자살시도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실격 이라는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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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넛지의 사례와 한계 - 리처드 탈러 & 캐스 선스타인
이성이란? 사물의 이치와 원리를 알아내는 힘. 지성. 논리적·개념적으로 생각하는 힘. 본능·충동·욕망 등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도덕적 법칙을 만들어 그것에 따르도록 의지를 규정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성'은 우리가 어떤 합리적 사고와 결정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이를테면, 시험이 일주일 남은 상어씨가 오늘 친구가 술먹자고 나오라고 하는 제안을 거절하는 걸 들 수 있습니다. 술은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시험은 한 번 망치면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을 하여 친구와 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이성입니다. 그리고 인간에겐 이기심도 있습니다. 사실 이기심은 이성적이지 못한 매 순간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내가 지금 막 닭다리 하나를 먹었지만, 상대가 다른 부위를 먹..
2020.06.05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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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은 되고, 「라이프」는 되지 않은 이유.
저는 훌륭한 창작자더러 '괴물'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같은 창작을 하는 사람기에 굉장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과 선망인 동시에 내가 넘어야 할 적대자처럼도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드라마 작가들에게 괴물을 맞닥드린 것 같은 적대감을 안겨주었을 신인 작가 이수연. 그녀의 데뷔작 동시간대 1위 시청률(7.7%)를 기록한 조승우 배두나 주연의 비밀의 숲. 그녀의 가장 최근 작품, '신개념' 의학드라마 '라이프' 둘 다 웰메이드 드라마로 손꼽힙니다만, 하지만 라이프는 1, 2화의 상당했던 임펙트에 걸맞지 않게 중,후반부터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평과 함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합니다. ▶ 전작인 비밀의 숲 만큼의 재미와 퀄리티가 아니었다, ▶ 그녀의 엄..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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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벌새」 평점 : ★★★★☆ 9.5점
6월 18일 개봉한 영화 '야구소녀'가 지난 2019년 전세계 36관왕 신화를 쓴 영화 '벌새'의 열풍을 이을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야구소녀의 개봉을 기념하여 작년 2019년 여성 성장 영화의 반향에 가장 앞장 선 영화 '벌새'를 되돌아보는 리뷰이며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 作 다음 평점 - 8.2점 / 네이버 평점 9.2점 영화에 등장하는 설정들, 이를테면 가족 구성, 대치동에서 살았던 경험, 떡집을 운영했던 부모님, 목 뒤에 혹이 나서 수술을 했던 경험 등, 김보라 감독이 어린 시절 실제로 경험한 일들과 그 기억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영화는 구성 돼 있습니다. 나의 고통은 특별할 게 없고, 특별하지 않은 것도 아닌, 건강한 거리두기 ..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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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제대로 된 스포일러 리뷰!
넥플릭스에서 5월 25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 설국열차는 새로운 스토리와 더불어 동명의 원작 만화(Snowpiecer)의 설정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보다 훨씬 착실히 옮겨 놓으며 영화와는 또 다른 궤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두 시간 안에 결판을 지어야 하는 영화완 달리 인물 각각의 에피소드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드라마로서의 재해석이 과연 시청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충족시켜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영상미는 화려하나 영화에서 시사한 계급사회의 혹독한 질서와 모순 등의 주제의식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평이 있는데요. 같은 원작을 재해석해낸 만큼 영화와 드라마를 비교하는 호불호 논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네요. 이 포스트는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
2020.06.05